디즈니플러스에 오랜만에 기대작이 올라와서 2시간 38분을 내리 달렸는데 야근하고 아웃풋이 너무 안 나온 그런 느낌이었다.
캐릭터들 어쩔꺼야
MCU의 페이즈4는 한마디로 세대교체를 위한 시즌이었다. 10년간 사랑했던 캐릭터들이 교체되었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어떤 경우에는 영화로, 어떤 경우에는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를 통해서 나타났다. 물론 더 강력해지고 화려해진 캐릭터들도 있다.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칼렛 위치 등이 그렇다. 호크 아이, 아이언 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은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미즈 마블, 이터널스, 샹치, 문나이트 등은 새롭게 등장했다.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에서도 기존의 블랙 펜서를 내보내고 새로운 주인공, 즉 티찰라의 동생 슈리가 새로운 히어로 역을 승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네이머, 아이언하트라는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을 한다. 이 영화가 페이즈4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이제 MCU에서는 어벤저스 급의 이야기를 향해 시동을 걸기 시작할 것 같다. 다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캐릭터들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것에 문제가 좀 있다. 인종, 피부색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호감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멀티버스를 다룬 스파이더 맨 : 노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2 : 멀티버스의 대혼돈을 제외하고 요즘에 나오는 마블의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를 재미있게 봐주기가 좀 어렵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서사가 너무 약해지고 느슨해졌다. 결국 세대교체의 당위성이나 개연성도 흔들리고 있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 마블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고 쌓아둔 것이 많아 진입장벽이 엄청 높아졌다. 이런 식으로는 흥행을 장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서사마저도 잡지 못한 블랙 펜서 : 와칸다 포에버
러닝타임이 꽤 길다. 2시간 38분이다. 영화의 반은 애도의 시간이었다. 블랙 펜서였던 채드윅 보스만을 보내주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라서 공감이 되는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한 시간을 넘게 애도를 하면 도대체 영화를 왜 봐야 하는지가 의문이 들었다. 뒤이은 엄마의 죽음까지. 이런 빌드업이 없었다면 슈리가 블랙 펜서로 거듭나기가 어려웠던 걸까. 계속된 슬픔과 늘어지는 전개로 블랙 펜서를 처음 봤을 때의 재미있던 추억마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와칸다의 왕위 계승 방식은 부족 간의 결투였는데 이번 편에서는 자동 승계가 되는 것도 좀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네이머였다. 자기 영역 좀 탐사하러 왔다고 전 세계와 싸움을 한다는 것은 무슨 급발진일까. 그리고 DCU로 치자면 아쿠아맨 정도인 것 같은데, 네이머의 능력도 애매하고 체격도 그렇고, 해저 도시 디테일도 너무 아쿠아맨 보다 떨어졌다. 네이머는 약간 엑스맨 같은 뮤턴트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부터 녹색 팬티 극혐이다.
스토리는 결국 와칸다와 네이머의 탈로칸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는데 전투씬만은 압도적이었다. 와칸다의 오코예 장군을 발라버릴 정도의 능력치를 가진 전사도 나온다. 그래서 슈리가 새로운 전투형 슈트를 만들어주는데, 아이언 하트도 그렇고 미드나잇 엔젤 슈트도 그렇고 자꾸 파워레인저 재질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이언 하트는 또 디즈니 플러스에서 올해 가을쯤 드라마로 공개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딱히 끌리지가 않지만 마블 팬으로서 놓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의 쿠키는 1개다. 다음 영화로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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