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존재하는 제도, 주거 공유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집에 소득이 적은 대학생이 싼 값에 방을 빌려 쓰는 제도가 실제 서울 노원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보증금은 없고 월세는 30만 원 정도이다.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도 있다고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바로 룸 쉐어링이다. 혼자 사는 금분(나문희 배우)은 룸 쉐어링을 통해 지웅(최우성 배우)을 집으로 들이기로 했다. 평생을 혼 자 산 금분은 색깔 테이프로 서로의 영역과 공동 영역을 구분한다. 화장실에선 대변도 금지이다. 성격이 참 착한 지웅은 고시원보다 훨씬 산 금분의 집에서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 감내한다. 지웅은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하는 고달픈 청춘이다. 금분이 까칠하게 굴어도 이만한 집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 끝에 둘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이다.
지웅은 고아원 출신이다. 강아지를 많이 좋아하고 잘 키운다. 그래서 펫시터 알바도 같이 하고 있다. 또 다른 알바중엔 고독사한 사람들의 집을 치우는 일도 한다. <무브 투 해븐 : 유품정리사>와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금분에게도 또 다른 사연들이 있다. 폐지를 줍고, 무료 급식소에서 항상 밥을 2인분을 받는다. 그리고 병원에서 약도 많이 타간다.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고, 평생을 혼자 살아서 남과 섞이거나 하는 사회성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아마도 마음의 상처가 오래 남아있어서 인 것 같다.
에피소드마다 좀 아쉬움이 남는다.
각 에피소드들은 남이었던 금분과 지웅이 가족으로 뭉쳐질 때까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사에 개연성을 주며 납득이 되는 결론을 향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에피소드들이 현실고증 없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개연성도 좀 부족하다. 비 오는 날 폐지를 담은 리어카를 끌고 가다가 일어나는 폭행사건은 너무 우연이다. 그리고 지웅의 친구가 금분의 돈을 훔쳐 달아났지만 금분이 지웅을 의심하는 상황도 너무 뻔하다. 지웅의 친구가 다시 돌아와 돈을 갚고 사죄를 하는 장면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영화의 말미에 금분이 왜 폐지를 줍고,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2끼나 받는지, 그리고 약을 왜 그렇게 많이 타가는 지가 나온다. 간호사였던 금분이 폐지 말곤 할 게 없었을까 싶기도 하고. 무료 급식소가 아니라 스스로 식사를 마련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약은 그렇게 나눠주는 것은 간호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 아닐까. 에피소드가 너무 고민 없이 만들어진 것 같다. 개연성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공감이 전혀 되질 않는다. 실제로 거주 공유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의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 신분확인을 하는 것인지. 궁금증만 늘어가는 에피소드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일 이해 가는 것이 고아원 동기였다. 성인이 되어 500만 원 들고 나와 큰돈인 줄 알았다고 하는 그 대사는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알바로 바쁜 지웅을 계속 꼬시는 친구와의 에피소드도 약간 이해가 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정을 다 알 텐데 그렇게까지 철없이 구는 대학생도 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금분의 과거도 공감이 되질 않았다. 유부남에게 버림받고 내가 벌어온 돈을 다 탕진하는 아버지 얘기는 구태의연하다. 그래서 평생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는 금분의 말에 좀 어이가 없었다. 영화가 너무 올드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너무 쉽게 답을 내리려고 한 것 같다.
새로운 배우의 등장
지웅으로 나온 최우성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개인주의적인 간호사,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귀여운 남동생 역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아직 이름을 알리진 못한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향후에 큰 성장을 할 것으로 생각되는 배우다. 아직까지는 좋은 작품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나문희 배우 같은 거목을 만났으면 한층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언젠가는 좋은 작품에서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문희 배우가 오랫동안 계속 작품을 하는 것이 고마웠다. 다만 좀 더 좋은 작품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런 장르로 고착화된 것 같다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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