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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유환(영화)

레이디 버드(Lady Bird), 파도처럼 10대는 흘러가

by 씨네마사파리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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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다른 순한 맛 성장드라마

미드 중에 유포리아가 있다. 시즌 2가 스트리밍됐고, 올해 에미상 여주주연상까지 젠데이아 콜먼 배우가 수상을 했다. 10대의 성장드라마이다. 성장을 하는지는 의문스럽다. 19금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만큼 내용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진다. 정말 실제 미국 청소년들이 요새 저러한가라는 의구심이 계속 생긴다. 마약중독, 불법 총기, 살인, 사랑, 성정체성, 우정, 부모와의 갈등 등의 이슈가 정말 매회 쏟아진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공부와 학업만 빼고 다 다뤄지는 것 같다. 회를 거듭할수록 주인공 루의 상태는 악화되고 위태롭다. 어디가 밑바닥인지 모르겠다. 그녀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죄다 고통스러워한다.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다. 매운맛 그 자체다. 헐 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 제발 루가 살아남기를 빌면서.

 

영화 레이디 버드는 정반대의 순한 맛 성장드라마다. 유포리아에 비한다면 정말 너무 순하다. 잔잔하다. 조용한 바다의 해질녘 파도 같다. 그냥 천천히 밀려갔다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어느 틈에 해변은 물에 잠기고 그녀는 새로운 삶으로 한 발자국 걸어 나간다. 부재인 fly away home 처럼 집을 떠나서 말이다. 미국은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 나가는데 요새는 그렇지 못한 10대들이 많다고 하니 주인공이 뉴욕으로 떠나게 되는 것 자체가 성장을 상징하게 되는 것 같다.

할퀴어진 해변은 바다로 뒤덮이고

주인공 레이디 버드는 사실 실제 이름이 따로 있다. 크리스틴이 실제 이름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고 명명한다. 미국판 중2병 같기도 하다. 이 시기의 10대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스스로의 이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레이디라고 붙이는 것은 보통 귀족이나 왕족들 앞에 붙이는 것 같은데 그만큼 내가 소중하고 귀중하다는 의미일 것 같다. 또래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 또한 중요한 변수다. 누구와 베프를 할 것인지, 남자 친구를 위해서 친구를 바꾸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첫사랑도 중요하고 첫 경험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어리다. 그래서 엄마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엄마와는 어떤 부분에서는 잘 맞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남보다도 못하다. 특히 레이디 버드에서는 딸과 엄마와의 인터랙션이 주가 되었던 것 같다. 엄마는 현실적이다.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살고 싶은 집을 구경하는 것이 즐거운 일 중 하나일 정도로 낡은 집에서 오래도록 살고 있다. 하지만 레이디 버드와 감정적인 공감으로 엮여있는 부분도 있어서 같이 듣던 오디오북(테이프 형태의)을 듣다가도 동시에 울음을 터뜨린다. 새 집 구경도 같이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둘은 너무 멀다. 레이디 버드는 집을 떠나고 싶어 하고 엄마는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면박을 준다. 하지만 끝내 떠나는 딸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레이디 버드는 묻는다. 나를 사랑하냐고. 사랑한다고. 나를 좋아하냐고. 이 질문은 비슷하면서도 몹시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둘 사이에는 교집합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결이 다르다. 모성애는 사랑이지만 오롯이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은 좋아하는 감정까지 다 포괄하는 것 아닐까. 그만큼 모녀의 관계는 어렵고 다채롭다. 갑자기 웃었다가 울어버리고 성질을 부렸다가 또 미안하다며 쩔쩔맨다. 엄마는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를 응원하면서도 잘못된 길로 갈까 봐 전전긍긍이다. 딸은 늘 혼내기만 하는 엄마가 서운하다. 하지만 밀려오고 밀려가면 해안을 할퀴던 파도는 결국 바다가 된다. 그 둘은 어느 틈에 전보다 더 돈독해지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새크라멘토는 대체 어디일까.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도시인 것 같다. 네이버에 의하면 군청소재지라고 하는 걸 보면 시골 마을이다. 10대 소녀에게 그곳은 얼마나 답답하고 도망쳐 나오고 싶은 곳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탈출은 대학 진학 밖에 없었을 것이다. 뉴욕은 그녀에게 답을 줬을까. 취하고 토하고 울면서 그녀는 또 새크라멘토를 그 마음의 고향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그리고 티모시 살라메가 까칠한 남자 친구로 나온다. 작은 아씨들 이후 또 한 번 만남을 가진 것 같다. 

 
레이디 버드
I am LADY BIRD 안녕 내 이름은 “레이디 버드”라고 해 다른 이름이 있지만, 내가 나에게 이름을 지어줬지 모두가 나에게 잘 살아보라고 충고로 위장한 잔소리를 해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이 내 최고의 모습이라면?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평점
7.4 (2018.04.04 개봉)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트레이시 레츠, 루카스 헤지스, 티모시 샬라메, 비니 펠드스타인, 스티븐 헨더슨, 로이스 스미스, 오데야 러쉬, 조던 로드리게스, 마리엘 스콧, 존 카르나, 제이크 맥더맨, 베인 기비, 로라 마라노, 마리에타 드프리마, 다니엘 조바토, 크리스틴 크록, 앤디 버클리, 캐서린 뉴튼, 마이라 털리, 밥 스티븐슨, 다니엘 맥도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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