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즈 4 대혼돈이다.
어벤져스의 솔로 무비 중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인 닥터 스트레인지 2편은 예상보다 빠르게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가 되었다. 일장일단이 있었을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극장으로 유입되는 관객도 끌어당겨야 하고, 디즈니 플러스라는 플랫폼도 살려야 하는 진퇴양난의 현실 속에서 처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오롯이 이해하려면 사실 디즈니 플러스를 가입하고 <완다비전>과 <what if>를 예습할 필요가 있었다. <완다비전>을 통해서 우리는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완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있다. 스칼렛 위치로 흑화한 완다의 능력, 그리고 왜 그녀에게 멀티버스가 필요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또 <왓 이프>를 통해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과거를 수정하려는 노력을 알 수가 있고, 디테일한 설정 등도 미리 볼 수가 있다. 이번 마블의 페이즈 4는 전반적으로 디즈니 플러스와 함께 했다고 봐야 하겠다. <미즈 마블>, <완다비전>, <호크아이>, <팔콘과 윈터솔저>, <로키>, <문나이트>, <쉬헐크> 등이 올해 디즈니 플러스에서 소개된 마블의 드라마 버전이다. 주요 흐름은 세대교체인데, 특히나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여자로 바뀌었고, 백인에서 유색인종으로 변화하고 있다. 백인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은 한편으로 반가운 일이긴 한데 그에 비해 서사는 매우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캐릭터 변화에 당위성이 좀 떨어지고,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재미가 없어졌다. 드라마만의 일도 아니다. <스파이더맨 3 : 노 웨이 홈>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2 : 대혼돈의 멀티버스>, <샹치>, <이터널스>, <토르 4 :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2 : 와칸다 포에버> 등에서 실망한 관객들이 많다. 이젠 너무 역사가 오래된 세계관이라 새로운 관객 유입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한 편 제대로 보려면 예습할 것이 너무도 많아졌다. 기존 팬들도 디즈니 플러스를 보지 않고선 알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모두들 유튜브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페이즈 4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에는 좀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마블 팬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페이즈 5에서는 돌파구를 찾길 바란다.
실험정신이 강했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에서 마법을 쓰는 캐릭터다. 그래서 어린 팬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장르를 약간 변경했다. 샘 레이미 감독을 기용했고, 역시 B급 공포 감성 그대로 영화는 나왔다. 그리고 어린 팬들은 모두 기겁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웠다. 다만 음표 공격 같은 부분은 약간 의문스러웠지만 그것만 뺀다면 서사의 개연성이나 반전, 깊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오랫동안 다양한 드라마를 인내심 있게 봐 온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비전을 잃은 완다가 더 큰 힘인 스칼렛 위치가 되어 두 아들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도, <왓 이프>와는 다르게 스트레인지가 더 이상 옛 연인을 되찾을 수 없음을 깨닫는 부분도 십분 이해가 되었다. 여전히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은 훌륭했고 완성도가 있었으며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업그레이드된 부분도 있었고, 역시 망토의 역할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좀비 스트레인지는 <왓 이프>에서 본 적이 있다. <왓 이프>는 두 번째 시즌도 준비가 되고 있다고 한다. 멀티버스를 표현한 디테일도 너무 좋았다. 마블의 중요한 콘셉트 중 하나인 멀티버스를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했던 것 같다. <스파이더맨 3 : 노웨이 홈>에 이어서 말이다.
<블랙 팬서 2 : 와칸다 포에버>를 끝으로 페이즈 4가 막을 내렸다. 아직 블랙 팬서를 보지 못해서 뭐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흥행에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한 것 같다. 한동안 마블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즈 5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의문이다. 그래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가 그 역할이 너무 중요해졌다. 페이즈 5를 여는 영화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 크리스마스 버전도 그냥 팬서비스 차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크리스마스인데 좀 우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마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여전히 응원하고 열심히 챙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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