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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결심보다 어려운 것은 실행력

by 씨네마사파리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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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인가, 말 것인가

묘하게 매력적인 영화였다. 다 보고 난 뒤에 그냥 잊히지 않고 자꾸만 떠오르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멜로 영화인데 뻔하지 않았다. 누아르라는 장르에 멜로라는 초콜릿을 올려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고, 보는 내내 나만의 해석을 위해 이야기를 이리저리 돌려보게 만든다.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단순히 보면 연인이 만나고 갈등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연인이 형사와 피의자가 되면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원래 남녀가 썸인지 아닌지를 의심하는 것과 형사가 피의자를 의심하는 것이 동일한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었던가. 밤샘 잠복근무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로 발현된 현상이었으며, 그것은 관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남자와 여자의 언어가 다른데 심지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며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풀어가야 한단 말일까. 파파고와 같은 번역기가 그런 해석을 해준다는 것도 참으로 재미있는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우린 어쩌면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 더 솔직해지니까 번역기 앱 앞에서 더욱 진심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SNS 상의 빅데이터에서 <헤어질 결심>을 찾아보면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는데 특히 의심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의심하고, 그의 말이 사실인지를 의심하고, 그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의심하고, 마침내 나는 그를 사랑하는지를 다시 의심하게 된다. 관객들은 영화 자체를 의심하고 거장의 그냥 쓸데없는 농담이었는지 아니면 진지한 속내가 깊이 담긴 곰국 같은 드라마인지 의심하게 된다. 의심을 하다 보면 러닝타임이 그새 훌쩍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상대를 차지하기 위해 살인까지도 불사하는 모습에 사랑에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제목은 결심이나 주인공은 결심을 넘어선 실행력을 보여준다. 범죄를 저지르는 정말 아찔한 사랑 행각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결국 이 여자가 사랑을 쟁취했을 것이라고 본다. 모든 의심을 뛰어넘고서 말이다. 하지만 이 사랑이 안타깝다.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랑이니까.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쓸쓸했었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맞고 틀린 해석이란 것은 없다. 다양한 해석이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특히 더 매력적이었던 것은 확실히 해석에 달린 것 같다. 그래서 헤어질결심 해석이나 결말 해석 이런 류의 제목이 달린 유튜브 영상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누가 맞고 틀리는 지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이든 영화든 결국 읽고 보는 것은 독자와 시청자의 마음일 테니까 말이다. 다양한 해석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더 좋다. 수많은 버전들이 양상되고 그걸 보면서 또다시 영화를 그런 필터와 렌즈로 보게 되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배가 될 테니 말이다. 나의 생각이 짧은 한계가 안타까울 뿐이다.

어느 때 보다도 빛났던 정서경 작가

 

그동안 정서경 작가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많은 영화를 제작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가씨>, <친절한 금자씨>, <박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이 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각본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독전>, <미옥>, <비밀은 없다> 등도 있는데 복수나 치정, 로맨스, 범죄 등을 묘하게 엮어내고 있다. 그러나 정서경 작가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최근에 tvN에서 방영한 <작은 아씨들>일 것이다. 

 

일단 이야기가 흥미로우면서도 힘이 있다. 이야기는 거대하면서도 탄탄한 겉껍질이 있고 속은 몹시도 디테일하고 섬세하다. 인물 하나하나에 완벽한 서사와 캐릭터를 부여하고, 어느 하나 겉도는 법이 없다. 반전이 있고 이야기의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다. 대사 하나하나가 역할의 성격을 잘 설명해준다. 그 이전에 썼던 <마더> 또한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그녀가 그려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과 공동 각본이기도 하고 그녀만의 스타일도 잘 담겨있는 것 같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될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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